성인 ADHD 약물 치료 후기 1탄

나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ADHD 판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8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약물 치료를 하면서 시행착오와 느낀 감정을 꼼꼼하게 남겨놓으려 한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 다른 사람의 글로 많은 도움이 됐었던 터라 나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병원 방문 계기

나는 검사를 받기 전부터 거의 확신에 가깝게 ADHD라고 자가진단했다. 업무 특성상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하는데,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특히 멀티태스킹에 취약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 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B 업무가 주어졌을 때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A를 마무리한 후에 B로 넘어가야 하는데 나는 거의 무조건 A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B로 넘어갔다. 이건 내가 의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고쳐지지 않는 문제였다. 당연히 두 가지 일만 하는 상황이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보통 10개 이상의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버거웠다. 멀티태스킹이 버거운 것은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던 중 어렸을 때의 증상이 ADHD 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어렸을 때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 책을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없다. 한 장을 넘어가는 데 십분이 걸리는 경우도 흔했고 자연스럽게 만화책조차 멀리하게 되었다. 어린시절의 증상을 차근차근 더듬으며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방문 전 알아야 할 주의사항

담당 의사에게 듣기로는 최근에 성인 ADHD 관련 방문자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나도 첫 방문부터 체감할 수 있었다. 적절한 시간에 초진 예약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정신의학과를 찾는 사람이 많아보였다. 관련하여 방문자가 늘어나니 의사는 오진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듯하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최종 판정을 받기까지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데 계속해서 내가 ADHD가 아니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검사를 진행하는 게 내 눈에 보였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뇌파검사지를 보자마자 최종 판정받긴 했지만 그만큼 의사는 신중했고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판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어렸을 때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 증상이 있었는지와 집중력에 큰 문제가 있었는지” 정도는 꼭 깊이 생각해보고, 있었다면 간단하게라도 필기 해놓고 방문하길 바란다. 진단 시 의사가 필수적으로 참고하는 부분이다.


ADHD 약물 부작용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약물 부작용일 것이다. 내 주변에는 약사로 일하고 있는 지인이 있는데 “타이레놀 먹고 죽는 사람도 있다”라는 그의 말을 수없이 들어온 터라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편인데도, 뇌를 자극하는 이 약물만큼은 조금 무섭긴 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식욕부진, 불면 같은 증상인데 나는 두 가지 모두 겪었다. 다른 후기를 찾아보면 식욕부진은 일반적으로 일주일 안에 증상이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몇 년을 먹어도 지속되는 사람이 있다. 다소 극단적으로 나뉘는 듯하다. 상황에 맞게 다른 약으로 변경하는 방법도 있으니 시작 전부터 크게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불면 증상은 아침 일찍 약을 먹는 방법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었다. 심할 경우 가벼운 수면유도제를 처방해 주는데 나는 예전부터 약간의 불면이 있어서 함께 처방받았다.


약물 치료 효과

약물은 나에게 절반 정도의 효과만 줬다고 말하고 싶다. 대표적인 약으로 콘서타나 환인아토목세틴을 번갈아가면서 먹고 현재는 동시에 먹고 있는데, 효과가 있는 날에는 세상이 밝아지는 느낌이 드는데 특별히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데도 아예 효과가 없는 날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치료 과정에서 과도한 업무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 잤거나 약을 못 챙겨 먹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른 후기를 보면 나처럼 효과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약물 치료 실패 요인

어렵게 결정을 내려서 병원에 방문했는데 약물 치료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면 상심이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느낀 실패 요인을 공유하려 한다. 하지만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요인들은 참고용으로만 봐줬으면 한다.

  •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약을 간헐적으로 먹은 것.
  • 투약 일지를 작성하지 않아서 어떤 약이 나에게 맞는지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것.
  • 약물 하나하나에 대해 담당 의사에게 꼼꼼하게 물어보지 못한 것.
  • 병원을 2개 이상 방문하지 않은 것.


마무리하며

짧은 후기였지만 ADHD 약물 치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후기를 보면 알겠지만 잘 맞는 약을 찾기만 한다면 정말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아직 반쪽짜리로만 경험해 봤지만 중간중간 효과가 있을 때만큼은 삶이 나아질 거라는 강한 희망을 봤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치료를 멈추지 않을 거고 모든 과정은 이 블로그에 기록하여 공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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